알고도 못 막는 슈퍼스타…KIA 김도영, 멀티포로 뚫은 LG 견제
LG 벤치는 알고 있었다. 김도영 앞에 주자를 쌓으면 위험하고, 승부처에서 정면 승부를 허락하면 더 위험하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래도 막지 못했다.

KIA 타이거즈 김도영이 가을야구 첫판부터 경기의 흐름을 통째로 바꿨다. 김도영은 17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6 신한 SOL KBO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 1차전 LG 트윈스와 홈경기에 3번 타자 3루수로 선발 출전해 3타수 2안타 4타점 2득점으로 맹활약했다.
두 안타는 모두 홈런이었다. 하나는 역전 결승포였고, 다른 하나는 승부를 닫는 쐐기포였다. KIA는 김도영의 방망이를 앞세워 LG를 5-1로 꺾고 5전 3승제 시리즈의 첫 경기를 잡았다.
김도영은 4회 한 방으로 경기의 축을 바꿨다
승부가 처음 흔들린 순간은 1-1로 맞선 4회말이었다.
김도영은 LG 선발 앤더스 톨허스트를 상대로 두 번째 타석에 들어섰다. 톨허스트는 몸쪽 직구로 압박을 택했다. 김도영은 기다리지 않았다. 초구를 그대로 잡아당겼고, 타구는 왼쪽 담장을 넘어갔다.
역전 솔로포. KIA가 2-1로 앞서가는 결승점이었다.
이 홈런은 단순히 힘으로 밀어붙인 타구가 아니었다. 맞는 순간 발사각은 높았다. 39도에 이르는 궤적이라 평범한 외야 뜬공이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김도영의 배트 스피드와 손목 힘이 타구에 끝까지 힘을 실었다. 공은 체공 시간을 버티며 좌측 담장을 넘겼다. 비거리는 125m로 측정됐다.
가을야구에서는 한 점의 무게가 정규시즌보다 훨씬 커진다. 1-1 균형에서 터진 김도영의 한 방은 KIA 더그아웃의 분위기를 끌어올렸고, LG 마운드에는 다시 부담을 안겼다.
희생플라이까지 더한 해결사의 경기 운영
김도영의 영향력은 홈런에만 머물지 않았다.
KIA가 2-1로 앞선 6회말, 무사 1, 3루 기회가 찾아왔다. 이 장면에서 필요한 것은 큰 스윙만이 아니었다. 추가점을 내는 타격, 주자를 홈으로 불러들이는 팀 배팅이 중요했다.
김도영은 외야로 타구를 띄웠고, 3루 주자가 홈을 밟았다. 점수는 3-1. 기록은 희생플라이였지만 경기 흐름에서는 홈런 못지않게 컸다.
특히 포스트시즌 1차전에서는 추격을 허용하지 않는 점수가 중요하다. 2-1은 작은 실수 하나로 뒤집힐 수 있는 스코어다. 3-1은 상대가 한 번 더 부담을 느끼는 점수다. 김도영은 여기서도 KIA가 원하는 답을 냈다.
이닝 | 상황 | 결과 | 의미 |
4회말 | 1-1 동점 | 좌월 솔로홈런 | 역전 결승점 |
6회말 | 무사 1, 3루 | 희생플라이 | 3-1 추가점 |
8회말 | 2사 1루 | 중월 투런홈런 | 5-1 쐐기점 |
이날 김도영의 타석은 모두 맥락이 분명했다. 앞서가야 할 때 홈런을 쳤고, 벌려야 할 때 희생플라이를 쳤으며, 닫아야 할 때 다시 담장을 넘겼다.

8회 투런포는 LG의 마지막 계산까지 지웠다
경기 후반에도 LG는 김도영을 지나치게 의식했다. 8회말 2사 1루, KIA가 3-1로 앞선 상황이었다. 아직 LG 입장에서는 2점 차였다. 한 번의 장타, 한 번의 출루 흐름이면 반격의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
하지만 김도영이 마지막 타석에서 그 가능성까지 지웠다.
LG 배터리는 쉽게 정면 대결을 택하지 못했다. 볼카운트는 3볼 1스트라이크까지 갔다. 이후 슬라이더가 스트라이크로 잡히며 풀카운트가 됐다. 장현식은 결정구로 포크볼을 선택했다.
김도영은 그 공을 놓치지 않았다. 중심에 맞은 타구는 가운데 담장을 넘어갔다. 또 하나의 125m 홈런이었다. 점수는 5-1로 벌어졌다.
LG 중견수 박해민은 리그를 대표하는 수비수로 꼽힌다. 하지만 담장 밖으로 사라진 타구에는 누구도 손을 뻗을 수 없다. 그 홈런으로 경기는 사실상 KIA 쪽으로 기울었다.
LG가 경계했지만 김도영은 더 단순했다
이번 준플레이오프를 앞두고 LG의 관심은 분명했다. 김도영을 어떻게 막느냐였다.
염경엽 LG 감독은 시즌 막판 결정적인 순간마다 김도영에게 당했다는 점을 언급하며, 이번 시리즈의 핵심을 김도영 억제로 꼽았다. 경기 전에도 “김도영 앞에 주자가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말은 맞았다. 문제는 실행이었다.
LG는 김도영을 알고 있었다. 몸쪽 공으로 밀어붙여야 할지, 유인구로 승부해야 할지 고민했다. 하지만 김도영은 그 계산을 타석 안에서 무너뜨렸다. 톨허스트의 몸쪽 직구는 좌월 홈런이 됐고, 장현식의 포크볼은 중월 투런포가 됐다.
야구에서 강타자를 막는 방법은 많다. 코스를 넓게 쓰고, 타이밍을 흔들고, 주자를 앞에 두지 않으며, 때로는 승부를 피한다. 그런데 포스트시즌에서는 모든 선택이 더 어렵다. 피하면 다음 타자와 싸워야 하고, 붙으면 한 방을 맞을 수 있다.
김도영은 바로 그 딜레마를 만든 타자였다.

정규시즌 막판부터 이어진 LG전 강세
이날 활약은 갑자기 나온 장면이 아니었다. 김도영은 정규시즌 막판에도 LG를 상대로 결정적인 홈런을 날렸다.
정규시즌 최종전이었던 광주 LG전에서 김도영은 8회 결승 투런포를 때려 KIA의 정규시즌 3위 확정을 이끌었다. 그 결과 KIA는 준플레이오프에서 가을야구를 시작했고, LG는 4위로 밀려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거쳐야 했다.
조금 더 앞선 5일 잠실 LG전에서도 김도영은 9회 역전 3점 홈런을 기록했다. 당시 상대는 고우석이었다. LG가 정규시즌 막판 가장 아프게 기억할 장면들마다 김도영의 이름이 있었다.
이번 준플레이오프 1차전 멀티홈런까지 더해지며 김도영은 LG전 3경기 연속 홈런 흐름을 이어갔다. 단기전에서 특정 타자가 특정 팀을 계속 흔들면, 시리즈 전체의 공기가 바뀐다. KIA에는 확신이 생기고, LG에는 피로한 기억이 쌓인다.
“중요할 때 쳐야 하는 게 내 역할”
경기 후 김도영의 말은 화려한 기록과 달리 담담했다.
“중요할 때 쳐야 하는 게 내 역할이다.”
그는 LG라서 특별히 다르게 접근한 것은 아니라고 했다. 자신이 해왔던 것을 믿고, 타석에서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했다고 돌아봤다.
타격감에 대해서도 과장하지 않았다. 공이 커 보이는 식의 표현보다 “생각이 단순해졌다”는 말에 가까웠다. 타석에서 고민이 줄고, 준비한 것에 몰입했기 때문에 좋은 결과가 나왔다는 설명이었다.
이 말은 이날 경기 내용과 잘 맞는다. 김도영은 복잡하게 끌려가지 않았다. 초구 몸쪽 직구가 오자 곧장 반응했고, 풀카운트 포크볼도 놓치지 않았다. 점수를 벌려야 할 때는 희생플라이로 역할을 했다. 힘만 앞세운 경기가 아니었다. 상황을 읽고, 필요한 타격을 했다.

KIA가 얻은 것은 1승 이상이다
준플레이오프 1차전 승리는 단순한 1승이 아니다. 5전 3승제 시리즈에서 첫 경기의 비중은 늘 크다. 특히 KIA는 홈에서 기선을 제압했다. 더 중요한 것은 승리의 방식이다.
KIA는 팀의 중심 타자가 가장 중요한 순간마다 해결하는 장면을 확인했다. 김도영이 타석에 들어설 때마다 상대 배터리가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는 사실도 다시 증명됐다.
LG는 반대로 숙제를 안고 2차전을 준비하게 됐다. 김도영 앞에 주자를 두지 않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는 점, 승부를 피한다고 모든 위기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확인했다. 김도영을 과하게 의식하면 다른 타순 운영에도 균열이 생길 수 있다.
가을야구는 작은 흐름이 크게 번진다. 1차전의 주인공은 분명했다. LG가 알고도 막지 못한 타자, KIA가 가장 필요할 때 믿을 수 있는 타자. 김도영은 두 번의 홈런과 한 번의 희생플라이로 그 답을 직접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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