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뉴스] “아틀레티코에선 펄펄, 대표팀에선 잠잠”…스페인 언론이 주목한 ‘이강인의 두 얼굴’
이강인은 같은 오른쪽 측면에 섰다. 그런데 결과는 달랐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서는 공격의 중심처럼 움직였고, 한국 축구대표팀에서는 기대만큼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했다.

스페인 현지 언론도 이 차이를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스페인 매체 ‘문도 데포르티보’는 8일(현지시간) ‘이강인의 두 얼굴’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강인이 소속팀과 대표팀에서 전혀 다른 인상을 남긴 이유를 짚었다.
핵심은 분명했다. 역할은 비슷해 보였지만, 실제로 주어진 자유도와 공격 관여 방식이 달랐다는 것이다.
아틀레티코에서는 오른쪽에서 출발해 중앙까지 움직였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서 이강인은 오른쪽 측면을 기본 위치로 삼는다. 겉으로 보면 대표팀에서 맡은 자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경기 안에서의 움직임은 훨씬 넓다.
이강인은 터치라인에만 머물지 않는다. 오른쪽에서 공을 받은 뒤 안쪽으로 들어오고, 중앙 미드필더와 가까운 위치에서 패스를 주고받는다. 때로는 페널티박스 근처까지 전진해 왼발 슈팅 각도를 만든다. 수비가 따라붙으면 반대 방향으로 공을 열어주고, 압박이 느슨하면 직접 전진한다.

이런 환경에서는 이강인의 장점이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좁은 공간에서 공을 지키는 능력
왼발로 방향을 바꾸는 패스
박스 근처에서의 슈팅 선택
상대 수비를 끌어낸 뒤 동료에게 공간을 만드는 움직임
아틀레티코가 이강인을 단순한 측면 자원으로 쓰지 않는다는 점도 중요하다. 오른쪽에서 시작하지만 공격 전개 과정에서는 사실상 플레이메이커처럼 움직인다. 공을 받는 위치가 다양해지고, 선택지도 많아진다.
그 결과도 따라왔다. 이강인은 이번 시즌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서 2골 1도움을 기록하며 좋은 출발을 보였다. 말라가전과 오사수나전에서는 경기 최우수선수로 선정됐고, 스페인 프리메라리가가 뽑은 9월 최고의 골도 수상했다. 팬들이 뽑은 9월 이달의 선수까지 차지하며 팀 공격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키웠다.
기록만 좋은 것이 아니다. 경기 내용에서도 이강인은 공을 잡을 때마다 공격 방향을 바꾸고, 템포를 조정하며, 상대 수비를 흔드는 역할을 했다. 아틀레티코에서의 활약이 현지 언론의 관심을 받은 이유다.
대표팀에서는 같은 자리였지만 다른 임무였다
대표팀에서도 이강인은 오른쪽 측면에서 뛰었다. 하지만 아틀레티코에서처럼 자유롭게 중앙으로 이동하거나 공격 전개의 중심에 서는 장면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로베르트 모레노 감독 체제의 한국 대표팀은 이강인에게 공격적인 역할을 맡겼다. 다만 공격적인 위치에 세우는 것과 창의성을 살려주는 것은 다른 문제다. 문도 데포르티보가 주목한 지점도 여기에 있다.
매체는 한국에서는 모레노 감독의 전술적 접근이 이강인의 창의성을 제한했다는 시각이 있다고 전했다. 특히 이강인을 공격 쪽에 배치한다고 해서 곧바로 득점이나 도움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분석도 소개했다.
이는 꽤 중요한 지적이다. 이강인은 단순히 골문 가까이에 세운다고 위력이 커지는 유형이 아니다. 공을 어디서 받는지, 주변에 어떤 동료가 있는지,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얼마나 열려 있는지가 경기력에 큰 영향을 준다.
대표팀에서는 이강인이 측면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거나, 상대 수비가 이미 자리 잡은 뒤 공을 받는 장면이 많았다. 이런 상황에서는 그의 장점인 방향 전환 패스와 왼발 킥, 좁은 공간에서의 창의적인 선택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숫자도 차이를 보여준다
소속팀과 대표팀의 차이는 기록에서도 드러난다.
구분 | 출전 환경 | 주요 기록 | 평가 |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 오른쪽에서 출발해 중앙으로 자유롭게 이동 | 2골 1도움, 두 차례 MVP 선정, 9월 최고의 골 수상 | 공격 핵심으로 자리 잡음 |
한국 대표팀 | 오른쪽 측면 출전, 제한된 움직임 | 평가전 3경기 218분, 도움 1개 | 기대에 비해 영향력 제한 |
대표팀에서 기록한 도움 1개가 나쁜 성과라고만 볼 수는 없다. 평가전은 선수 조합과 전술 실험의 성격이 강하고, 상대도 각각 다르다. 우루과이, 베네수엘라, 우즈베키스탄을 상대로 한 3경기에서 대표팀 전체 경기력이 일정하지 않았다는 점도 함께 봐야 한다.
그럼에도 기대치가 컸던 것은 사실이다. 소속팀에서 좋은 흐름을 타고 들어온 선수라면 대표팀에서도 비슷한 영향력을 보여주길 바라는 시선이 생긴다. 특히 이강인처럼 기술과 창의성이 뚜렷한 선수에게는 한 번의 패스, 한 번의 슈팅으로 경기 흐름을 바꾸는 장면이 요구된다.
문제는 대표팀이 그런 장면을 만들 수 있는 구조를 충분히 제공했느냐는 점이다.
이강인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한 ‘공격 배치’가 아니다
이강인을 잘 쓰려면 한 가지 전제가 필요하다. 그가 공을 받을 수 있는 좋은 위치를 반복해서 만들어야 한다는 점이다.

윙어처럼 넓게 벌려놓고 1대1 돌파만 요구하면 장점이 절반으로 줄어든다. 물론 이강인도 측면에서 상대를 벗겨낼 수 있다. 하지만 그의 가장 큰 무기는 드리블 하나만이 아니다. 공을 소유한 상태에서 수비의 균형을 무너뜨리고, 다음 장면을 설계하는 능력에 가깝다.
이를 살리려면 주변 움직임이 따라줘야 한다. 측면 수비수가 바깥쪽으로 올라가 폭을 만들어주면 이강인은 안쪽으로 들어올 수 있다. 중앙 미드필더가 가까이 붙으면 짧은 패스로 압박을 풀 수 있다. 최전방 공격수가 뒷공간을 열어주면 이강인의 왼발 패스가 더 위협적이 된다.
아틀레티코에서는 이런 연결이 비교적 자연스럽게 이뤄졌다. 반면 대표팀에서는 이강인이 공을 잡아도 주변 선택지가 제한되는 장면이 많았다. 이 경우 상대 수비는 이강인의 왼발 방향만 막아도 공격을 늦출 수 있다.
즉, 이강인의 부진을 개인 컨디션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선수의 장점과 팀 전술이 얼마나 맞물렸는지를 함께 봐야 한다.
대표팀의 고민은 더 분명해졌다
이번 논란은 단순히 한 선수의 경기력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한국 대표팀이 창의적인 자원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진다.
대표팀에는 짧은 시간 안에 결과를 만들어야 하는 압박이 있다. 클럽팀처럼 매일 훈련하며 세밀한 패턴을 완성하기 어렵다. 그래서 감독은 안정적인 구조를 먼저 선택할 수밖에 없다. 선수 간 호흡도 소속팀만큼 촘촘하지 않다.
그럼에도 이강인 같은 선수는 예외적인 설계가 필요하다. 모든 공격을 그에게 맡기라는 뜻은 아니다. 그가 가장 위협적인 위치에서 공을 받을 수 있도록 팀의 움직임을 조정해야 한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오른쪽 측면에 배치하더라도 역할은 더 세밀하게 나눌 수 있다.
빌드업 때는 중앙에 가까이 들어와 공을 받는다.
상대 진영에서는 오른쪽 하프스페이스를 활용한다.
측면 수비수나 미드필더가 바깥 폭을 대신 잡아준다.
최전방 공격수는 이강인의 패스 타이밍에 맞춰 침투한다.
이런 구조가 있어야 이강인의 왼발이 살아난다. 단순히 “공격적으로 뛰어라”라는 주문만으로는 부족하다.
‘두 얼굴’은 선수의 문제가 아니라 환경의 차이일 수 있다
스페인 언론이 말한 ‘이강인의 두 얼굴’은 자극적인 표현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그 안에는 분명한 전술적 질문이 있다. 왜 같은 선수가 소속팀에서는 빛나고, 대표팀에서는 조용해지는가.
답은 경기장 위 역할의 차이에 가깝다. 아틀레티코에서는 이강인의 움직임과 선택을 살리는 구조가 있었다. 대표팀에서는 그 자유도가 줄었고, 공을 받는 위치와 주변 지원도 충분하지 않았다.
이강인은 이미 소속팀에서 자신의 경쟁력을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대표팀에서의 과제는 더 선명하다. 선수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선수가 가진 장점을 경기 안에서 더 자주 꺼낼 방법을 찾아야 한다.
공격적인 위치에 세우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이강인이 어디서 공을 받고, 누구와 연결되며, 얼마나 자유롭게 판단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그 답을 찾는다면 대표팀에서도 아틀레티코에서의 모습에 가까운 이강인을 볼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비판보다 해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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